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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여행/태국

방콕 가족 여행 4일차 - 칸차나부리, 콰이 강의 다리, 에라완 폭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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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콕 여행 일정을 짜던 도중 내 눈길을 단번에 사로잡은 단 한 장의 사진이 있었으니, 그곳은 바로 에라완 폭포였다. 폭포가 말 그대로 에메랄드빛인 곳. 이렇게 아름다울 수가. 이곳은 정상까지 7 폭포로 이루어져 있었고 등산을 워낙 좋아하시는 엄마를 위한 최적의 관광지가 아닐 수 없었다. 이곳을 스케줄에 욱여넣느라 진땀 좀 뺐었더랬다. 결과적으로는 가길 잘했다 싶은 곳이었지만 오늘 하루는 다른 날보다도 유독 길었다.

에라완 폭포까지는 방콕에서 버스로 약 4시간쯤 걸리는 곳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곳을 하루 만에 다녀온다는 게 말이 안 되는 투어였던 것 같다. 생각해보면 서울에서 경주를 당일치기로 보고 오는 느낌 정도가 되려나. 아침 7시에 호텔 로비로 픽업 온 차량에 탑승했다. 방콕 근교 투어 버스는 전부 요 작은 다마스 같은 차량뿐인 걸까. 불행 중 다행히도 그나마 가장 넓은 제일 첫 줄 앞자리에 셋이 앉게 되었다. 차량은 2시간 넘게 달려서 칸차나부리에 있는 콰이 강의 다리 앞에 도착했다.

원래는 에라완 폭포를 먼저 가고 그다음에 콰이 강의 다리였는데, 갑자기 나타난 가이드 같은 분이 이 스케줄이 더 낫다며 콰이 강의 다리를 먼저 구경하게 했다. 주어진 시간은 30분 남짓이었고 기찻길에 걸으며 온갖 포즈로 사진을 찍었다. 오는 동안 아빠는 영화 이야기를 해주셨었다. 나는 영화는 보지 못했지만 자료조사를 통해 대강의 그 역사를 알고 있었지만 역시나 직접 와서 보는 것만큼 좋은 것도 없다. 날이 하도 더워 맥주를 찾으시는 아빠에게 한 캔 사드리고 나도 마셨다. 술을 마시면 갈증이 더 나긴 하지만 마실 때의 그 시원함이란.

구경 시간을 마치고 다시 차량에 올라 2시간이 좀 안되게 더 갔던 것 같다. 꼬불꼬불한 길을 돌고 돌아 드디어 도착한 에라완 폭포. 기사님은 먼저 점심을 먹을 식당을 안내해 주었고 메뉴를 골라 이른 점심을 해결했다. 원래보다 일찍 도착한 탓인지 이곳에서 주어진 시간은 꽤나 길었다. 여유롭게 폭포의 입구로 향했다. 폭포의 가장 아래, 제일 처음 보였던 물웅덩이들이 어째 색깔이 영 아닌 것 같다. 설마 전부 사진 보정을 거친 결과물들이었단 말인가! 의심을 품으며 위로 올라갔다. 2 폭포와 3 폭포에서 많은 사람들이 물놀이를 즐기고 있었다. 이곳의 색이 에메랄드빛이었지만 역시 사진은 약간의 과장은 있었다. 그래도 한국의 폭포와는 달리 신기했던 물빛이다.

폭포가 흐르는 계곡은 늘 시원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곳은 어찌나 덥던지. 3 폭포 이상부터는 길이 험난해지기 시작했다. 오르막 내리막을 거닐며 수많은 계단들을 마주해야 했다. 결국 5 폭포까지 미처 못 가고 아빠와 나는 계곡물로 들어가 발을 담갔다. 모기가 있는 건지 벌레가 있는 건지 다리가 따끔따끔거려서 견딜 수가 없었다. 더 이상 못 가겠노라 쉬고 있는 우리를 보며 엄마는 기어코 정상까지 다녀오셨다. 의지의 산악인이 아닐 수 없다.

시선강탈 관광객님ㅋㅋㅋㅋㅋㅋㅋㅋ

물에 발을 담그니 작은 물고기들이 와서 발의 각질을 뜯어먹는다. 야생 닥터피시라니. 간질간질했는데 약간 큰 놈들은 좀 무서웠다. 아빠는 처음 겪는 그 느낌에 푹 빠져서 엄마가 내려올 때까지도 나올 생각을 안 하셨다. 도중에 아빠 근처로 어떤 젊은 서양 남자가 오더니 옷을 벗고 물에 입수를 했다. 아마 이 사람도 닥터피시를 처음 경험해 본 듯하다. 그는 아예 머리까지 잠수해서 움직이지도 않고 시체놀이를 즐겼다. 주변 사람들은 그 귀엽고도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즐겼다.

한참 뒤에야 내려온 엄마는 다녀온 사진들을 보여주었고 7 폭포는 생각보다 멋지지 않았다. 안 올라가길 백번도 잘했다고 생각했다. 엄마도 물에 발을 담그고 땀을 좀 식힌 뒤 내려가기로 했다. 아빠도 나도 더 앉아있고 싶었지만 모기들 때문에 견딜 수가 없었다. 내려오는 길에 계속 동물 소리가 나서 주변을 살펴보니 높은 나무 위에 야생 원숭이가 엄청나게 많이 숨어 있었다. 신기했다. 우리는 딱히 물놀이를 안 해서 그런지 시간이 꽤나 많이 남아있었다. 시원한 카페에 들어가 음료를 마시며 시간을 보냈다. 4시쯤 다시 출발한 버스는 3시간이 넘게 달리고 달려 카오산 로드에 내려주었다.

카오산 로드에서 저녁을 해결해야 했기에 저번에 잘못 찾아간 족포차나를 제대로 찾아가 보았다. 한국어 메뉴와 메모들이 즐비한 것을 보면 블로그에서 본 게 이곳이 맞았다. 푸팟퐁커리는 맛있었지만 다른 메뉴들은 이틀 전 갔던 짝퉁 족포차나라는 그곳보다 더 형편없었다. 게다가 간단한 영어조차도 알아듣지 못하는 직원들과 메뉴 하나를 까먹은 주방 직원들을 보고 있으려니 2번 올 필요는 없겠구나 싶었다. 숙소에 들러 짐을 찾고 택시를 불러 파타야로 출발했다. 오늘 일정을 짤 때 걱정을 많이 했었는데, 역시나 너무 무리한 계획이었다. 오늘도 차를 몇 시간을 탔는데 또 파타야까지 2시간이었다.


밤늦게 파타야 숙소 앞에 무사히 도착했고 체크인을 하러 들어갔다. 하필 현금이 없었는데 디파짓을 내야 했다. 바보처럼 카드로 했었으면 될 것을 생각을 못하고 돈을 뽑으러 ATM기로 갔는데 마침 고장이다. 젠장. 나는 피곤함에 스트레스가 머리끝까지 차올랐다. 다시 돌아가서 카드로 디파짓을 계산하고 방으로 들어갔다.

매일 돈 계산을 하고 일정을 체크하고 음식점을 찾고 교통수단을 잡고 통역까지 하느라 머리가 터질 것만 같았다. 혼자였으면 별 상관없는 일들이었겠지만, 부모님 가이드를 하려니 이렇게 힘들 줄은 몰랐다. 부모님도 무척이나 힘드셨을 텐데 내 기분만 생각하고 말 한마디 살갑게 못하고 각자 방으로 들어간 밤이었다. 마음이 착잡했다. 언제쯤 이 성질머리가 예뻐질지 도통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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