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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여행/태국

태국 방콕 여행의 첫날, 비가 주룩주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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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어디쯤이야?
 
“모르겠어, 건물이 하나도 안 보여”
 
“엄마, 언제쯤 도착한대?”
 
“거의 다 온 것 같은데”
 
처음부터 꼬이기 시작한 여행은 끝날 때까지 꼬인다더니. 엉망진창이 이때부터 시작된 듯하다. 일찍 가서 하려 했던 발권은 일행들이 다 있어야 한다니. 내 이름으로 3장을 모두 예매해서 상관없는 줄 알았다. 천천히 오시라고 한 부모님을 애가 타게 기다려 무사히 수속을 마쳤다. 아침부터 진땀이 나고 지치기 시작한다. 벌써 이러면 곤란한데.

5시간 남짓한 비행이었지만 예정된 시간에 도착해주질 않았다. 기내식도 주문하지 않아 무척이나 배고픈 상태였건만, 입국 수속에는 중국인들이 넘쳐흘렀다. 너무나 시끄럽고 새치기들을 해대는 통에 부모님의 얼굴엔 수심이 가득했다. 인종이나 국가를 비하할 생각은 추호도 없는데 도대체 욕을 안 하려야 안 할 수가 없구나.
밖으로 나와 유심을 장착하고 택시를 잡으려니 넌 또 어디에 있는 거니. 그 와중에 태사랑에서 봤던 버스가 보였다. 이거라도 타고 가야지, 했던 버스는 사람이 가득 찰 때까지 출발할 생각을 안 한다. 부모님을 모셔온 여행이라 그런지 도대체 마음의 여유를 한조각도 찾을 수가 없다.

좌석을 모두 채운 버스는 그제야 출발한다. 아뿔싸. 태국의 미친 교통체증. 하필이면 퇴근시간이 걸려버렸다. 움직이지 않는 버스를 보며 망연자실하게 된다. 설상가상으로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이내 폭우로 변한다. 멋지다! 헛웃음이 났다. 혼자 온 여행이었다면 재밌다 하면서 웃고 말았을 텐데 부모님의 표정이 좋지 않다.

우여곡절 끝에 버스는 우리를 카오산 로드에 내려주었다. 숙소는 걸어서 10분 남짓한 거리지만 비도 오고 배도 고프고 허리도 아픈데, 내 체감시간은 그에 10배쯤은 되었겠지. 체크인을 하자마자 밥을 먹으러 갔다. 한국인들이 많이 간다는 족포차나를 찾아갔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다른 집이었다. 근데 음식은 맛있었으니 상관없지. 포차 같은 분위기에 비까지 내리니 환상적이다. 나는 이런 분위기를 무척이나 좋아하는데, 어쩐지 부모님도 썩 좋으신 모양이다. 그제야 안심이 된다. 온 지 하루도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부터 집이 그립다. 큰일인데.

밥을 먹고 숙소로 돌아오는데 아빠가 영 아쉬운 모양이다. 잠시 숙소 앞 카페에 앉아 아쉬운 마음을 달래 본다. 지금 생각해보건대 돌아오는 날은 전혀 아쉽지 않았을 것이다. 5박 6일 내내 엄청난 강행군의 스케줄을 소화했으니. 호주 여행 때 충분히 반성해놓고도 돌아서면 잊나 보다. 일정을 이렇게 멍청하게 짠 욕심쟁이인 나를 원망해야지, 누굴 탓하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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