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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여행/태국

방콕 여행 3일차 - 왕궁 투어, 짜뚜짝 시장, 크루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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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아빠 안 피곤해?”
“괜찮아~ 여기까지 와봤는데 좀 피곤해도 많이 보고 가면 좋지 뭐.”


여행 내내 그랬었다. 내가 너무 욕심내서 일정을 짜는 바람에 하나 둘 취소하는 일이. 내가 나 스스로를 강철 체력이라 생각했을까, 아니면 부모님이 충분히 견딜 수 있는 일이라 생각했던 걸까. 내 자신이 너무나도 부족했음을 깨달았던 여행이었다. 그리고 엄마가 그랬다.


“이번에 한번 해봤으니까, 다음번에는 훨씬 더 잘하겠지 뭐”


노심초사했고, 날이 더워 짜증도 많고 성질도 더러운 나를, 엄마는 늘 다독여주었다. 이렇게까지 스스로 부족함이 많은 걸 느낀 여행도 없었다. 사실 혼자만 여행을 다녀서 잘 모르니까 더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방콕은 정말 지독히도 더웠다. 
요즘 한국도 만만치 않긴 하지만. 호텔에서 운영하는 무료 툭툭을 타고 왕궁으로 길을 나섰다. 하필이면 어제오늘 무슨 행사인지. 일생에 한번, 남자들이 스님 체험 같은 것을 하는 불교행사라는데. 술도 팔지 못하고 왕궁 안에는 검은 옷을 입은 사람들이 가득했다. 그보다 더 가득했던 건 역시나 명불허전 중국인들. 

왕궁 입구에 도착하자마자 나는 다시 돌아서고 싶었지만, 부모님은 그럴 수 없었다. 내키지는 않았어도 구경을 해보아야 했기에 그 인파를 뚫고 입장했다. 날은 더욱더 타들어가고 정신없는 인파 사이에 꿋꿋이 구경하고 사진 찍는 부모님을 보고 있자니 마음이 시큰해진다. 첫 해외여행이었고 언제 다시 올지 모를 이곳에서 하나라도 더 흔적을 남겨보겠다는, 그 마음이. 왕궁은 아름다웠지만 그때도, 돌아온 지금도 사실 어디가 어딘지 뭐가 뭔지 아직도 모르겠다. 가다 쉬다를 반복하며 사진을 찍고 금세 출구로 돌아섰다. 견딜 수 없는 날씨와 인파는 의지도 무릎 꿇게 하나보다.

왕궁 다음으로 가려했던 왓 포는 아무런 미련도 없이 가지 말자는 의견이 모아졌고 조금 일찍 짜뚜짝 시장으로 향했다. 여기도 야외라 더우면 어쩌지. 걱정이 태산이었건만, 웬걸. 엄청난 규모의 시장은 모두 지붕으로 뒤덮인 실내였고 심지어 곳곳의 가게들에서는 에어컨도 나오고 있었다. 올레는 이럴 때 외치라고 있는 것인가! 한껏 밝아진 표정으로 배부터 채우고 나서 시장 탐험에 나섰다. 

온갖 휘황찬란한 물건들이 눈길을 사로잡았고, 그 매력들에서 한참을 헤엄치다 정신을 차려보니 가방엔 물건들이 한가득이었다. 엄마도 아빠도 나도. 위험한 곳이었다. 그 유명하다는 땡모반(수박주스)도 사 먹고.(진짜 맛있었다.) 부모님은 무엇보다도 냉장고 바지를 극찬하셨다. 마치 무한의 미로 같은 곳을 돌아다니다가 잠깐의 휴식을 위해 호텔로 돌아왔다.

에어컨 바람에 종일 달아오른 얼굴을 식히고 저녁 크루즈를 향해 수상버스를 탔다. 부모님은 별별 교통수단을 다 타본다며 내심 좋아하신다. 무한도전 방콕 편에서도 나왔었던 그 원더풀 펄 크루즈를 예약했다. 뷔페식으로 차려진 음식들로 식사를 마치고, 배 이곳저곳을 구경해본다. 배 안에 작은 에스컬레이터도 있고 좋긴 좋구나. 배는 방콕의 황홀한 야경 속으로 우리를 안내한다.

왕궁 쪽으로 올라가던 배가 왜 때문에 방향을 틀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강변은 전부 으리으리한 호텔들과 건물들이 빛을 내뿜고 있다. 2층과 3층의 무대를 오가며 공연도 진행한다. 사람들은 연신 사진을 찍어댄다. 잠깐만이라도 모두가 앉아서 아무 소리도 나지 않는 고요함이 온다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해본다. 이런 것도 다 타본다며 고맙다는 부모님 앞에서 그저 웃었다. 이건 어쩜 효도를 가장한 내 사심 충족이 더 컸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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