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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스트하우스의 스텝 생활도 이제 거의 막바지에 달했고, 조금 있으면 호주로 떠나야 하는 그런 싱숭생숭한 마음과 복잡한 여러 가지 생각들과 어지러운 감정들 속에서 모든 걸 잠시나마 내려놓고 조용한 시간을 보내기 위해 다시 찾아온 제주 도립 미술관.
전시회가 목적이 아니었으므로 바로 카페로 가서 말하지 않아도 편한, 좋은 친구와 함께 즐기는 짧은 휴식이었다. 누구 때문에 행복하고 누구 때문에 즐겁고, 누구 때문에 불행하고, 또 누구 때문에 짜증 나고. 넓고 얕은 인간관계를 피하고 좁고 깊은 인간관계를 선호하던 나에게, 굳이 중요하지 않은 인간관계 때문에 소모하게 되는 감정을 불필요하다고 생각하던 나에게. 어쩌면 여기서는 조금 다른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결국은 똑같겠지 하는 상반된 두 감정이 공존했었다.
휴식을 마치고 나오는 길에 정말 거짓말같이 그림 같은 노을이 눈앞에 펼쳐지고 있었다. 일어나지도 않을 쓸데없는 걱정은 그만 접어버리라는 듯, 노을은 아주 조용하고 고요하게 저물어가고 있었다. 멍하니 바다를 바라보는 것도 참 좋지만, 멍하니 노을을 바라보는 것도 그것에 버금가는 일이란 걸. 바다와 노을이 겹쳐지며 내게 무언가를 속삭이는 것만 같았다.
본 제주도 여행기는 약 6년 전쯤 어느 한여름날의 제주도 생활기를 다룬 포스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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