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이 지나간 후 유난히도 더 맑았던 8월의 끝자락. 게스트 하우스의 오전 일을 끝내고 도저히 안 나갈 수가 없어서 당장 바다로 달려갔다.
그동안 미처 가보지 못했지만 꼭 가보고 싶었던 김녕 해변과 세화 해변. 어쩌면 이렇게도 물이 맑은 지. 적당히 치는 파도가 마치 얼른 이리 와, 하면서 나에게 손짓하는 듯했다. 바람은 강했지만 햇볕이 너무 좋아서 출렁이는 파도에 몸을 맡기고 파도와 한 몸이 되어 움직였다.
어쩌면 이번 휴무로 간 바다가 제주도 바다에서의 마지막 해수욕이 될 것 같아서, 그래서 더욱더 열심히 놀았는지도 모르겠다. 김녕 해변의 파도는 그날따라 유독 더 거칠었던 것 같았지만 전혀 개의치 않았다. 제주도에 와서 내가 물놀이를 이렇게 좋아하게 될 줄이야 상상도 못 했다.
김녕 해수욕장에서 실컷 둥둥 떠다니다가 이곳에서만 놀기는 아쉬워서 다시 또 동쪽으로 달렸다. 세화 해변을 가보고 싶어서 월정리를 지나쳐 좀 더 달려서 도착했다. 세화 해변에는 사람도 거의 없었는데 멀리 들어가도 그다지 깊지 않아서 김녕보다 훨씬 놀기 좋았다.
개발도 많이 되지 않은 곳이라 비교적 한산하고 가게도 없어서 관광지가 아니라 전세 낸 해변 같아서 훨씬 좋았다. 나중에 알고 보니 내가 갔던 곳은 세화 해변이 아니라 그 옆에 좀 더 작은 평대 해변이었던 것 같다. 몇 년이나 지난 지금의 두 곳은 어떤 모습일까. 꼭 다시 한번 가봐야지. 날이 저물어갈 즈음, 다시 해안도로를 타고 돌아오면서 또 올게. 하는 무언가의 다짐의 함께.
본 제주도 여행기는 약 6년 전쯤 어느 한여름날의 제주도 생활기를 다룬 포스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