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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을 죽기만큼 싫어하는 내가, 처음으로 방문한 성산일출봉은 그런 내 마음을 아는 건지 전혀 날 반겨주지 않았다. 가뜩이나 가파른 계단밖에 없는 이곳에 설상가상으로 비가 주룩주룩 내리고 있었으니 말이다. 날씨가 이렇게까지 안 좋을 줄은 몰랐지만 어디 한 번 퍼부어봐라, 그래도 난 오를 거다!라는 마음으로 비를 맞아가며 결국 꿋꿋하게 정상에 오를 수 있었다. 아주 멋진 풍경이 기다리고 있지는 않았지만 비 오는 날의 성산일출봉은 그 나름대로의 운치가 있었다. 맑은 날의 또 다른 네 모습이 보고 싶구나.
정말 이 날은 하늘이 화가 났는지 나한테 화가 난 건지. 계속해서 퍼붓던 비가, 내가 성산일출봉을 내려와 카페에서 비를 피하니 정말 거짓말같이 맑아졌다. 카페에서 나름의 운치 있는 시간을 보내고 비도 그치니 그제야 배가 고팠다는 것을 깨달았다. 카페 옆 올레길이 시작되는 1코스를 따라 조금 걸으니 괜찮은 식당들이 줄지어 나타났다. 비도 잔뜩 맞았지만, 맑은 성산일출봉은 보지 못했지만 그래도 좋다. 언제나 인생은 계획과 어긋날 때도 있고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하기도 하니까. 인생이 또한 그런 재미가 아닐까?
본 제주도 여행기는 약 6년 전쯤 어느 한여름날의 제주도 생활기를 다룬 포스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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