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에는 유독 이자카야가 많은데 안산에서 오래 살았던 남자 친구가 추천해준 유명한 이자카야는 총 세 군데였다.
쇼텐, 춘, 그리고 아오모리. 가장 유명한 쇼텐에서 후토마끼를 꼭 먹어보고 싶어서 토요일 저녁 6시에 갔는데 이미 8팀이 웨이팅 중이었다.
가게 앞에 대기 입력하는 기계까지 있었던 곳이다.
가게 문을 열고 빼꼼 들여다보니 그 시간에도 이미 만석이었는데 가게가 굉장히 좁았었다.
일단 웨이팅은 걸어놓고 바로 맞은편 2층에 있는 이자카야 아오모리로 향했다. 여기도 맛있다고 하니 별 걱정은 없었다.
내부 인테리어는 오래 영업한 가게임에도 불구하고 깔끔하고 안락한 분위기였다.
아무래도 원목으로 된 인테리어가 한몫하는 듯했다.
곳곳에 자리한 센스 있는 소품들까지 술 먹기에 안성맞춤인 분위기였다.
메뉴가 굉장히 많았는데 하필 그날은 회 종류의 요리들이 거의 안된다고 했었다.
물고기가 입고가 안된 걸까(...)
고심 끝에 주문한 메뉴는 왕새우튀김과 나가사키 짬뽕, 그리고 꼬치 3종을 닭다리살+대파로만 해서 시켰다.
대체적으로 음식 가격이 저렴한 편은 아니긴 했다.
주류는 생맥주가 있길래 아사히 생맥주로 골랐다.
배 채우기 좋은 식사류부터 가볍게 먹을 수 있는 안주들까지 다양하고 주류도 종류가 다양해서 각자 취향에 맞게 골라먹을 수 있는 점이 좋았다.
주문을 하고 나면 기본 안주로 고구마튀김을 주는데 아무 생각 없이 계속 손이 가는 맛이었다.
처음으로 등장한 메뉴는 왕새우튀김이었는데, 새우 크기도 크지만 바삭함이 정말 남달랐다. 튀긴 음식 좋아하는데 눅눅함 하나도 없이 빠삭, 그 자체였다.
배고파서 열심히 해치우는 중에 나가사키 짬뽕이 나왔다.
면이 없는 안주류로 나오는 줄 알았는데 안에 면이 빼꼼 숨어있었다.
다행히도 면의 양이 크게 많지는 않았지만 혹시라도 불어서 국물이 없어질까 봐 면부터 살짝 빼놓고 먹었다.
부르스타가 아니어서 더 좋았는데 보글보글 끓고 있는 국물 한 모금 먹자니 술이 안 당길 수가 없었다.
나가사키 짬뽕 국물 정말 추천합니다!!
두 개의 안주를 한참이나 먹고 있는데 주문한 꼬치를 잊고 있다가 생각나서 물어보니 좀 오래 걸리는 건지 조금 있다가 가져다주셨다.
내가 돼지고기를 별로 안 좋아해서 3종 꼬치를 다 닭고기로 시킨 건데 파와 닭다리는 역시 진리였다.
부들부들하고 너무 맛있게 구워주셨다.
주문한 메뉴들이 다 맛있어서 만족스럽게 맥주잔을 기울이는데 직원분께서 서비스라며 닭 목살구이와 파인애플 구이를 갖다 주셨다.
원래 주시는 것인지 우리가 두명치고는 많이 시켜서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감사히 받아서 파인애플 한입 먹어봤는데 완전 내 스타일이었다.
자세히 보니 파인애플에 엄청 얇은 베이컨이 한 겹 둘러져있었다.
남자 친구는 먹어보고 자기 입맛엔 안 맞다며 닭 목살을 맛있게 먹었다.
메뉴판을 다시 살펴보니 꼬치류에 파인애플 삼겹말이가 있었는데 아무리 봐도 베이컨 같았는데 냄새도 안 나고 진짜 맛있게 구워주셔서 기분이 한결 좋아졌다.
신나서 맥주와 하이볼을 들이켜다가 시간을 보니 벌써 8시가 넘었다.
여기가 꽤나 만족스러워서 10시까지 계속 있을까 하다가 맞은편 1층 쇼텐 옆에 시실리라는 감성 주점 같은 펍이 있다고 해서 자리를 옮겼다.
외관부터가 이미 취향을 저격했는데 실내 인테리어는 그냥 게임오버였다.
대부분 여자분들이 이런 분위기 술집은 무조건 좋아하지 않을까 싶었다.
어딜 찍어도 예쁘게 나오고 곳곳에 배치된 감각적인 소품들까지 싹 다 내 집에 들여놓고 싶은 기분이었다.
유일한 야외 테이블도 한자리 있어서 선선한 날씨에는 밖에서 한잔 기울이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이자카야에서 둘이서 메뉴 세 개를 시켰으니 다 못 먹기도 했지만 배가 너무 불러서 간단한 안주가 없을까 보다가 브리치즈가 있길래 이거다! 하고 주문했다.
맥주도 있었지만 와인과 칵테일 종류도 무척 많았는데 내가 제일 좋아하는 마가리타가 있길래 칵테일을 선택했다.
남자 친구의 픽은 갓파더라는 칵테일이었다.
주문한 메뉴를 기다리는 동안 메뉴판을 보니 시실리라는 술집이름이 "시간을 잃어버린 마을"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었다.
그 위에는 '오늘도 수고했을 당신... 여기선 모든 걸 잊고 쉬었다 가세요'라고 쓰여있는데 크으, 여기서도 감성이 한번 더 터지는구나.
감성에 젖어 사진을 마구 찍어대며 칵테일 한잔 기울이는데 브리치즈가 나왔다.
맛없는 집이면 이 블로그에 리뷰조차 안 쓰는데 내가 이렇게 쓰는 이유는 당연히 내 취향을 저격한 맛집이기 때문이다!!
브리치즈구이 진짜 두 번 세 번 드세요.
사과랑 같이 플레이팅도 감각적으로 해서 나오는데 같이 먹으면 너무 맛있다.
난 브리치즈가 이렇게 맛있는 치즈인지 태어나서 처음 먹어보고 처음 알았다.
사과 싫어하는 사람도 좋아지게 만들 것 같은 맛이었다.
분위기부터 안주, 칵테일까지 모든 게 마음에 쏙 들었던 이자카야 아오모리와 감성주점 시실리.
한 번쯤은 가보시길 추천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