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 맛집 중에 숨은 숯불 닭발 맛집이 있다는 얘기에 닭발을 무척이나 좋아하는 나로서는 안 가볼 수가 없었다.
이 집 간판은 곰장어인데 닭발은 나중에 추가되면서 오히려 인기가 더 많아졌다고 했다.
장어류는 잘 못 먹는 편이라 그 맛은 알려드릴 수가 없지만 닭발은 맛있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미친듯한 맛이다 정도는 아니지만 근처 살면 한 번씩 와서 먹어볼 만한 맛집 정도인듯하다.
황소 숯불 곰장어를 검색하면 4-5군데 정도가 나오는데 다른 곳은 왜 이름이 같은지 잘 모르겠고 상록구 이동에 있는 이 집이 맛집이라고 했다. 상록수역에서 걸어서 10~15분 정도 걸리고 번화가가 아니라 비교적 주택가에 있는 그런 식당이었다.
위치가 좋은 편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꽤 많은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었다.
토요일 6시쯤 갔는데도 이미 사람이 꽤 있었고 우리가 먹는 와중에도 끊임없이 손님들이 들어오고 있었다.
그런데 한 가지, 남자 친구가 여기 오기 전에 했던 한 가지 경고 아닌 경고가 되게 불친절하다는 거였는데 그랬다.
사람이 많으면 많을수록 더 불친절해진다고 하던데 생각보다 그렇게 불친절을 경험하진 않았지만 결코 친절 하시진 않았다. 이런 거에 예민하신 분들은 절대적으로 가시지 않는 것을 추천드린다.
메뉴는 꼼장어, 갈빗살, 닭발이 주메뉴인데 닭다리살구이도 맛있다고 했다.
하지만 둘이서 두 가지를 시키면 못 먹고 남길 것 같아서 닭발 하나만 주문해서 먹었다.
기다리는 동안 보니까 다른 분들도 두 가지 메뉴를 시켰다가 남은 건 포장해가곤 한 걸 보니 하나만 시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본찬들이 빠르게 나오는데 저 양배추+부추 무침이 맛있었고 닭발이랑 쌈 싸서 먹어도 맛있었다.
된장 소스 하나랑 매콤한 소스 한 가지씩 나오는데 취향에 맞춰 쌈에 올려먹으면 된다.
콩나물국은 비리지는 않았지만 특출 난 맛은 없었다.
닭발은 무뼈 닭발이고 양념을 해서 거의 다 익혀 나오는데 이걸 숯불에 올려 적절하게 구워 먹으면 되는데 적당히 구우면 쫀득쫀득하니 맛있었다.
원래 되게 맵다고 해서 긴장했는데 주문할 때 덜 맵게도 된다고 해서 덜 맵게 시켰고 매콤함은 딱 좋았다.
양념 때문에 불판이 금방금방 타기 때문에 갈아줘야 하는데 아마 처음 오는 사람들은 갈아달라고 해야 할 것이고 와본 사람들은 그냥 직접 갈아먹는다.
분위기 자체는 약간 옛날 부모님 시절의 대폿집 느낌도 나는데 이런 취향 좋아하시는 분들은 아마도 이 집을 좋아하시지 않을까 싶다.
내가 워낙 많이 못 먹는 편이라서 둘이 닭발 한 접시 구워 먹으니 딱 좋았다.
길을 나서서 상록수 근처에 있는 유명한 이자카야인 춘으로 발걸음을 옮겼는데 신기한 게 길가에는 사람이 별로 없었는데 가게에는 사람들이 한가득이었다. 가게는 아담한 편이었고 인테리어도 예뻤는데 천장을 가득 채운 큰 벚꽃나무가 인상적이었다. 창가 쪽 자리를 앉지 못해서 그냥 꼬치를 포장해가기로 하고 이것저것 주문을 했다.
오픈 주방이어서 꼬치를 만드는 과정을 볼 수가 있었는데 직원분 정말 극한직업 같았다. 꼬치도 직접 다 그 자리에서 만들어서 양념 발라가면서 계속 굽는데 약 30분 정도 걸린 것 같았다. 근데 그 과정을 다 지켜보고 있노라니 오래 걸려서 기분 나쁜 게 아니라 고생하시는 직원분이 왠지 짠했다.
기다리는 동안 크림 생맥주 한잔을 주문했는데 크림이 엄청나게 부드러웠다!! 기본으로 나오는 안주도 맛있었고 꼬치도 꼼꼼하게 포장해주셨다. 잡아놓은 호텔로 돌아와 먹는데 그냥 가게에서 먹고 올걸 싶었다. 역시 꼬치는 굽자마자 그 자리에서 바로 먹어야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북적거리는 게 크게 상관없다면 충분히 가볼 만한 안산 술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