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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여행/호주

프리맨틀 여행, 호주 퍼스 프리맨틀마켓 카푸치노 거리, 역시 프리맨틀로 오길 잘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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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귀신은 나타나지 않은 채 개운한 아침을 맞이했다. 바나나 브레드 하나를 먹고선 밖으로 나섰다. 날씨가 생각보다 무척 추웠다. 빗방울이 얼굴을 톡톡 치는 느낌이 날 정도로 흩날리고 있었다. 설마 쏟아지진 않겠지 하며 고대하던 프리맨틀 마켓부터 찾았다.

없는 게 없는 프리맨틀 마켓

금, 토, 일, 단 3일만 열리는 마켓이라 날짜가 안 맞을까 봐 얼마나 조마조마했던지. 마켓은 하나의 건물이었고 그 안에는 수많은 상점들이 있었다. 신선한 과일과 채소를 파는 상점들부터 기념품 가게, 수제 비누, 액세서리, 옷가게, 세계 각국의 음식점들까지. 그야말로 없는 게 없는 마켓이었다.

밥알만 봐도 맛없어 보인다..

한참을 구경하다가 여기서 꼭 점심을 먹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음식점들 구경에 나섰다. 한국 음식점 빼고는 다 있는 것 같은 곳에서 시푸드 어쩌고 볶음밥 어쩌고 쓰여있는 곳을 발견했다. 그래, 해산물이 들어간 건 맛이 없을 수가 없어,라고 생각하며 음식을 하나 주문했다. 이윽고 음식이 나오고 한입 떠먹는 순간 아주 크나큰 배신감을 느꼈다. 니 맛도 내 맛도 아닌 설명할 수 없는 맛... 요리사분께는 죄송하지만 이 음식은 해산물에 대한 모독이었다. 그냥 날로 먹어도 맛있는걸.. 분노를 삭여 줄 무언가가 필요했다. 분노에는 단 게 최고지 하는 핑계로 후식까지 사 먹었다. 내 돈은 전부 마켓에서 줄줄 새나 보다.

재주꾼들의 향연.

주문한 후식을 기다리고 있는데 가게 옆에 그저 장식인 줄 알았던 피아노에서 연주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할아버지 한분이 투박한 손으로 엄청난 연주를 하고 계셨다. 신기했다. 그리고 아름다웠다. 한참을 연주에 홀려 3곡이나 그 자리에서 계속 듣고 서 있었다. 피아노를 배우고 싶다고 처음으로 생각했다. 마켓 앞 광장 여기저기서는 묘기를 하고 연주도 하며 거리를 더욱 활기차게 만들어주고 있었다.

목적지 없이 거리를 걸었다. 유명한 카푸치노 거리도 걸었다. 진한 커피 향이 코를 찔렀다. 사람들은 극히 평화로웠다. 건물 하나하나에 예쁘지 않은 곳이 없었다. 어제의 차가웠던 퍼스와는 달리 이곳은 따뜻했다. 정처 없이 걷다 보니 기차역이었다. 어젯밤에는 그토록 멀게 느껴졌던 거리였는데.

어둠이 걷힌 프리맨틀은 활기찬 동시와 평화로운 곳이었다. 이 도시가 가진 분위기가 너무 좋았다. 어제는 힘들었지만 역시 이곳으로 오길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 도중에 벽화를 그리고 있는 할아버지를 만났다. 자세히 보니 그림이 이다지도 정교할 수가 없었다. 단 몇 개의 사인펜만 가지고서 예술성을 발휘하고 계셨다. 프리맨틀은 온통 예술가들의 도시인가.

아까부터 한 방울씩 자기 존재를 알리던 비가 결국 이내 세차게 쏟아졌다. 비 오는 이곳의 풍경을 볼 수 있어서 다행인 걸까. 바닥을 적시는 비의 냄새가 좋았다. 축축이 젖으면서 건물과 길의 색감은 더욱더 진하고 선명해졌다. 숙소에서 들리는 세찬 빗소리가 참 좋다.


  • 저 맛없는 시푸드 요리 $11, 근데 그 옆에 디저트가 $10 (ㅎㅎㅎ)

 

<본 호주 여행기는 2016년의 정보들임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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