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지막이 일어나 브런치를 즐기러 식당과 옥상이 있는 5층으로 올라갔다. 옥상 테라스 쪽으로 가니 바닥과 의자들이 촉촉이 젖어있었다.
"갑자기 비가 막 내리더라고, 홀홀홀"
하는 소리에 뒤돌아보니 한 할머님께서 어리둥절해있는 나에게 비가 왔다며 얘기해주셨다. 오래간만에 비 소식이라니! 근데 오후에 빗방울이 날릴 듯 말 듯하더니만 더 이상의 비는 없었다. 비가 오기 때문이 아니라 오늘은 원래 나갈 계획이 없었는데 추적추적 비가 내렸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아쉬움을 뒤로하고 호텔 조식 먹듯이 브런치를 만들어먹곤 밀린 빨래부터 했다. 빨래가 돌아가는 동안 그 앞에 앉아서 책을 읽고, 하릴없이 빈백에 누워 오가는 사람들을 구경하다가 TV룸에 들어가서 알아듣지도 못할 영화 한 편을 골라 보기도 했다. 여행이라고 어디선가 꼭 유명한 장소를 보아야 하고, 유명한 것들을 체험해야만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 말 그대로 여행지에서의 빈둥거림을 만끽했다.
이것만으로도 오후가 훌쩍 지나가버리고 어느새 바깥은 어둠이 내려앉기 시작했다. 옥상 테라스에 앉아 도시를 감싸 안기 시작한 어둠을 바라보았다. 원래는 브리즈번 시티의 전경을 한눈에 볼 수 있다는 마운틴 쿠사를 가볼까도 했지만 버스가 일찍 끊겨 택시를 이용해야 한다기에 이내 포기했다. 택시비를 써가며 그곳에 가지 않아도 숙소의 옥상도 야경을 보기 위한 훌륭한 장소였다.
그리고 숙소에서 저번에 골드코스트에서 만난 남미 친구들을 또 만났다! 게다가 도착한 날도 똑같았다. 나는 이틀 묵는다고 했지만 그 친구들은 일요일까지 머물고 자기네 나라로 돌아간다고 했다. 남미에 오면 또 만나자며 인사를 나눴다. 사람의 인연이란 참으로도 신기하다. 언젠간 남미에서도 다시 만난다면 그땐 얼마나 더 신기할까.
- 필요한 내용일지는 모르겠으나 숙소에는 대부분 세탁실이 마련되어 있고 요금은 약 $7-8
<본 호주 여행기는 2016년의 정보들임을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