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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여행/호주

무작정 걷고 또 걸었던 도시 브리즈번, 여행 코스 즐길거리 볼거리 호주 여행지 자유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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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즈번으로 가는 날이다. 서로 인접한 도시라 버스로 고작 한 시간 반 가량이다. 셔틀버스를 타고 터미널로 갔는데 버스 시간이 아직 많이 남아있었다. 늘 아침으로 즐겨먹던 바나나 브레드를 두 개나 먹곤 채 마르지도 않은 머리를 털며 얼굴에 선크림을 발라댔다. 도착한 프리미어 버스 기사님은 그레이하운드에 비해 몹시 불친절했다.

버스는 지체 없이 브리즈번을 향해 달렸고 어느새 도시 전경이 하나둘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창 밖을 통해 보이는 풍경은 왜 이곳이 선샤인 코스트라 불리는지 알법했다. 골드 코스트와는 다른 느낌이었다. 정갈하게 정리된 듯한 느낌이었달까. 그리고 정말 따뜻한 날씨에 또 한 번 놀랐다. 골드 코스트는 바다에 바로 인접해 있어서 그런지 낮에조차도 선선해서 얇게 입었다가 벌벌 떨곤 했는데, 브리즈번에 도착해서는 오랜만에 패딩을 벗어던질 수 있었다.

숙소에 체크인을 하고 아무 계획도 없는 날이라 관광 안내소를 향해 갔다. 커다란 빌딩 숲에 둘러싸여 정장 입은 신사들이 가득 돌아다니는 곳, 그저 차가운 빌딩 숲 느낌이 아니라 그 아래에는 깔끔한 거리와 개성이 가득한 아름다운 건물들이 펼쳐져 있었다. 도심 지도를 들고 정처 없이 걷다가 도착한 퀸 스트리트 몰은 그야말로 깨끗한 활기참, 그 자체였다. 트레인 역도, 시청도, 심지어 카지노 건물까지 이렇게 예쁠 건 뭐람. 또 어디를 가볼까 하다가 문득 도서관이 눈에 들어왔다.

강 건너에 있는 도서관을 가려고 다리로 향하는데 입구에서 작은 마켓이 열리고 있었다. 이게 웬 행운이람. 주말도 아니고 무슨 마켓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기념품 같은 것보단 식료품들을 팔고 있는 것으로 보아 현지인들을 위한 곳 같았다. 신나서 돌아다니다가 목이 말라 수박 주스를 사 먹었는데 굉장히 아트스럽지만 먹기는 힘든 예쁜 주스를 내주셨다.

다리를 건너는 동안 보이는 아름다운 강의 모습을 보며 이내 도착한 도서관의 규모는 생각보다 컸고, 5층까지 탐방에 나섰다. 지식을 탐구하는 사람들 사이를 살금살금 지나다니며 책을 구경했다. 전부 영어이기 때문에 뭔지 알긴 힘들었지만 혹여나 그 사이에 한국어로 된 책은 없을까 했는데, 아시아 역사 코너쯤에서 The Korean Mind라는 책을 발견하곤 냉큼 펴봤는데 빵 터지지 않을 수가 없었다.

분명 이것은 내가 아는 한글의 자음과 모음의 조합들인데 도대체가 무슨 뜻인지 한참을 해석해보고서야 파악할 수 있었다. 아첨을 앛옴이라고 써놓질 않나, 한글을 한굴이라고 써놓질 않나. 단어 하나하나에 들어있는 의미와 역사를 상세히 설명해주려 애쓴 작가의 노고에 박수를 보내지만, 누군가 정보를 얻기 위해 볼 책에서 맞춤법을 잘 맞춰줬다면 더 좋을 텐데, 아쉬웠다.

도서관을 나섰더니 해가 지기 시작함과 동시에 찬 기운이 스멀스멀 옷 속으로 파고들었다. 밤을 비추는 불빛들이 하나씩 켜지고 내 발길은 사우스뱅크로 향하고 있었다. 시민들을 위한 휴식공간이자 문화공간인 사우스뱅크는 이미 그것만으로도 아름다웠지만 야경은 눈이 부실 지경이었다. 온 사방에 펼쳐진 불빛들에 매혹되어 걷고 또 걸었다. 사우스뱅크가 시작되는 지점에서 강을 볼 수 있는 산책로를 따라 라군까지 걸었다. 퀸즐랜드에 있는 도시는 어딜 가나 라군이 하나씩 있어야 된다는 부러운 법이라도 있는 건지.

특히나 브리즈번의 라군은 그 옆에 작게 자리하고 있는 분수들이 더욱더 시선을 강탈했다. 마치 음악의 선율에 맞춰 춤을 추는 듯 한 물줄기들은 내 시선을 빼았았고 한참이나 그곳에 앉아 이 광경을 잊지 않으려 카메라에 그리고 내 눈에 담았다. 다시 돌아갈 때는 안쪽의 산책로를 따라 걸었다. 아치형의 조형물과 그것을 감싸고 있는 넝쿨의 꽃들이 산책로를 꾸며주고 있었다.

멋진 야경을 배경으로 기타 연주와 함께 어디선가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려보니 라이브 공연을 하고 있는 레스토랑이었다. 저 멋진 곳에서 기타 소리를 들으며 밥 한 끼 할 수 있다면.. 하지만 가난한 배낭여행객에게 물가 비싼 호주의 외식은 그저 사치였다. 산책로를 걷다 보면 까만 강을 배경으로 둔, 눈이 아플 정도로 하얗고 하얀 관람차를 만날 수 있다. 빛나도 어찌 이토록 하얗게 빛날 수 있는지. 저마다의 색으로 빛나고 있던 사우스뱅크. 늘 혼자여도 아무렇지 않았던 내가 오늘은 초라하다고 느껴질 만큼 사우스뱅크의 밤은 시리도록 아름다웠다.


  • 골드코스트 -> 브리스번 이동, 프리미어 버스 $19
  • 브리즈번 숙박, 도미토리 6인실 1박에 $30.5
  • 바나나 브레드는 호주에 흔히 있는 마트인 울월스나 콜스에서 살 수 있다. 꿀맛! 아마도 개당 약 $2-4 정도였던 듯.
  • 위 사진의 수박주스는 $7

 

<본 호주 여행기는 2016년의 정보들임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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