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밤에 숙소 라운지 테라스에서 맥주를 한 잔 기울이던 중, 어디선가 흘러들어오는 노래에 고개를 돌려보니 남정네 셋이 앉아있었다. 흥겨운 노래에 이끌려 어디서 왔냐 물으니 남미에서 온 친구들이었다. 나는 한국에서 왔다고 했는데 나도 그렇고 이 친구들도 그렇고 서로의 나라가 어딘지 잘 몰랐다. 구글 지도를 켜서 서로 이곳이다 설명도 해주고 여행에 관한 이야기, 남미에 관한 얘기에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이야기를 나눴다. 언젠가 나는 꼭 남미를 갈 거라고, 정말 가보고 싶은 곳이라고 했더니 오면 꼭 연락하라며 페이스북에 친구 추가도 했다. 흥겨운 밤을 선사해준 너희들에게 Cheers!
하지만 너무 신나서 들이켰던 맥주가 문제였는지 아침 늦게까지 자는 바람에 오늘 가려고 했던 바이런 베이로 가는 버스 시간을 맞추지 못했다. 아쉬움을 삼키고 지나간 것은 지나간 것이다 생각하며 뒹굴거림의 게으름을 만끽했다. 그래, 이런 것도 여행의 또 다른 묘미지, 하면서. 무려 골드 코스트에서 뒹굴거리는 배낭여행객이라니 멋지지 않은가.
오후에 슬슬 나와 숙소 근처 마리나 코브를 산책하다가 시티로 나갔다. 스카이 포인트에서 야경을 보기 위함이었다. 현장 구매 입장료는 무려 25불이었지만 안 가면 나중에 섭섭할 것 같아서 기꺼이 지불하고 들어갔다. 77층까지 눈 깜짝할 새에 올라가는 고속 엘리베이터가 무척이나 신기했다. 스카이 포인트에 도착해 눈앞에 펼쳐져있는 야경은 입을 다물지 못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한 바퀴 빙 돌면서 이쪽저쪽 사진도 찍고 뷰가 좋은 곳에 앉아서 세상을 처음 본 아기처럼 신기해하며 구경을 했다. 역시 골드 코스트의 진짜는 여기였어, 싶었다.
황홀한 노을의 모습과 어둠이 내려앉음과 동시에 온갖 형형색색의 불빛들로 세상을 밝게 비추고 있는 이곳은 그야말로 지상낙원이었다. 파도와 함께 일렁이는 빛의 향연들. 어제 해운대랑 비교해서 새삼 미안해졌다. 해운대도 물론 멋지지만 이곳이 더 멋지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 참고로 골드코스트 -> 바이런베이는 그레이하운드 버스로 $56
- Q1 전망대 스카이 포인트 입장료 $25
<본 호주 여행기는 2016년의 정보들임을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