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에서 아는 사람들만 안다는 숨은 숯불 닭발 맛집 데이트를 즐기고 다음날 안산 가볼만한곳 찾아보다가 일몰이 아름답다는 탄도항이 떠올라서 가보기로 했다. 평일에 사람이 어느 정도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우리는 일요일에 갔는데 사람이 생각보다 꽤 많아서 놀랐다. 가까운 곳에 사는 사람들은 아이들과 혹은 반려견과 함께 저녁 산책을 나오는 모습도 많이 보였다. 물론 커플들이 가장 많았던 것 같지만. 하필이면 태풍이 올라오고 있다는 소식과 함께 비도 올 듯 말 듯하고 무엇보다도 구름이 너무 많았기 때문에 온 하늘이 붉게 물드는 일몰까지는 기대하지 않았다.
탄도항 입구로 진입하면 양옆으로 주차장이 있는데 오른쪽이 더 가까워서 이쪽으로 주차를 했다. 이미 주차장에는 차박을 하는 사람들이 많았고 텐트를 쳐놓고 캠핑을 즐기는 사람들도 있었다. 저녁 7시쯤에 도착을 했었는데 슬슬 해가 지고 있어서 시간을 딱 맞춰왔다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이 산책로가 사진에서 봤던 것과는 다르게 상당히 길었다!
길을 따라 쭉 가다 보면 두 갈래길로 나누어지는데 왼쪽으로는 엄청나게 큰 풍차가 있는 산책로가 있었고 오른쪽으로 가면 그 유명한 인생 샷을 찍을 수 있는 물에 잠기는 길이 있었다. 물웅덩이가 곳곳에 있었고 길도 울퉁불퉁해서 노을을 감상하며 한참을 천천히 걸었다. 중간중간 사진을 찍으면서 가다 보니 오른쪽 길 끝에 다다르기 전에 물에 반쯤은 잠겨있는 길을 만날 수 있었다. 뒤로는 노을이 펼쳐지는데 아쉽게도 구름에 가려 반절은 보이지 않았다.
산책로의 끝까지 가보고 싶었는데 물에 아슬아슬하게 잠겨있는 길을 건널 자신이 없어서 거기까지만 가서 사진을 찍고 말았다. 앞에 저 끝에까지 가 있는 사람들이 보이긴 했는데 다시 돌아올 때 괜찮으셨으려나 모르겠다. 분명 입구의 안내판에 일몰 전까지 나와야 한다고 쓰여 있었으니, 길이 어디까지 잠기는지는 모르겠지만 혹시라도 모를 위험을 감수하고 싶진 않았다. 붉게 물들어가는 노을을 보면서 오늘은 삼각대도 없고 구름도 많아서 잘 안 보이니 다음에 더 맑은 날 추워지기 전에 다시 한번 와서 전체가 붉게 물드는 광경을 꼭 보자고 다짐했다.
뒤돌아 왔던 길을 다시 가면서도 못내 아쉬움에 자꾸만 뒤를 돌아보았고 하늘은 그만큼 더 빨갛게 물들고 있었다. 입구쯤에 닿아서야 온 하늘이 붉어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아까 그 길에서 조금만 더 기다려볼까도 생각했지만 남는 아쉬움은 다시 나를 이곳으로 향하게 만들겠지, 하는 마음에 차에 올랐다.
이대로 귀가하기에는 너무 아쉬운 마음에 대부도에 있는 유명한 카페인 뻘다방을 찍고 달렸다. 굽이굽이 마치 산골 같은 어두운 길을 한참을 가니 도착할 수 있었는데 주차장 입구가 막혀있는 것이었다. 왜 인고하니 주문 마감시간이 8시였다. 우리가 도착한 시간은 9시였고 영업은 10시까지였으니 불은 켜져 있어서 한 바퀴만 휙 둘러보고 왔다.
뻘다방도 예쁘긴 했지만 우리의 눈을 사로잡았던 것은 그 앞에 있는 크고 아름다운 리조트였다. 저곳을 보면서 다시 한번 대부도에 작정하고 여행을 와야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뻘다방 옆의 카라반도 꼭 가고 싶은데, 우리나라만 해도 이토록 가보고 싶은 데가 넘쳐나는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