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이 타들어갈 듯한 7월 말의 한여름. 뜨거운 햇살을 피해 도착한 곳은 한여름 속의 겨울을 느낄 수 있는 수목원 테마파크의 아이스 뮤지엄이었다. 생각보다는 작은 규모여서 조금 놀랐지만 의외로 실속 있고 알차게 만들어 놓은 곳이었다. 입구에서 담요를 나눠주고 있었는데 예상했던 것보다도 훨씬 더 추워서 새삼스레 담요의 고마움을 느꼈다.
흥분해서 날뛰는 망아지처럼 신나서 여기저기를 헤집고 다니고, 기어코 아이들 사이에 껴서 얼음 미끄럼틀까지 타면서 헤실헤실 웃었다. 추위를 온몸으로 느껴지게 도와주는 얼음 조각상들과 귀여운 눈사람과 산타 인형들, 그리고 베스트 오브 베스트는 자동차 모양의 조각상이었다! 한껏 추위를 즐긴 후 위층에 있는 3D 착시아트라는 곳에 가니 트릭아트들이 있었다. 모두들 다 하나씩 거쳐가면서 사진을 찍으니 나도 부끄러움은 잠시 한 곳에 고이 모셔두고 포즈를 취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버라이어티 한 관람을 마치고 건물 바깥으로 나가니 한쪽에 조용히 산책할 수 있는 숲길이 있었다. 건물 안과 밖의 풍경은 무척이나 상반되는 느낌이다.
어둑어둑 해질 즈음 돌아와 동문시장에서 저렴한 가격으로 회 한 접시와 술을 산 뒤 탑동공원 방파제 앞으로 출발했다.
여름날 저녁이면 이곳에는 너나 할 것 없이 많은 사람들이 나와서 저마다 더위를 피하고 있었다. 운동하는 사람들, 구경하는 사람들, 나처럼 음식과 술을 즐기는 사람들, 산책하는 사람들, 낚시하는 사람들….
저마다 다른 모습으로 사는 사람들을 구경하며 한 잔. 이미 어둠에 파묻혀버려 마치 블랙홀처럼 보이는 바다를 구경하며 또 한 잔. 그렇게 한 잔, 한 잔 비워 가다 보면 복잡한 내 머릿속 생각도 하나하나 비워지겠지.
본 제주도 여행기는 약 6년 전쯤 어느 한여름날의 제주도 생활기를 다룬 포스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