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추적추적 오는데도 꿋꿋하게 담양으로 떠난 여행, 감성적인 펜션에서 저녁을 보내고 난 다음날 본격적으로 담양 구경을 시작했다.
펜션에서 유명한 관광지들이 그다지 멀지 않아서 차 타고 돌아다니기 부담 없고 좋았다.
도시 자체가 작아서 그런지 차 막히는 것도 없었다.
비록 비는 그칠 생각을 안 했지만 그나마 폭우가 아닌 게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하늘이 새파란 날 붉은색으로 물든 관방제림을 보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하늘은 흐렸다.
하지만 관방제림은 진짜 명불허전인 건지, 비 오는 날조차도 그 색감이 아름다운 곳이었다.
완전 쨍 빨간 단풍이 아니라 분홍색을 한 스푼 끼얹은 것 같은 느낌의 그런 색감. 그 아래 반영을 만들어주는 호수까지.
비가 와서 사람이 적었던 건지, 평일이라서 그랬던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데이트하기에도 더없이 적당했다.
관방제림 앞 국수거리 앞에 주차장이 있어 차를 세워두고 점심을 먹고 본격적으로 산책을 시작했다.
근데 국수거리 앞에서 관방제림 포토스폿까지 걸으려니 비가 와서 다시 차를 타고 관방제림 주차장에 가서 주차를 했다.
비가 오다 말다 해서 안 올 때는 삼각대 세워놓고 후다닥 사진 찍고 또 우산 쓰고 걷다가 저기서도 사진 찍고.
햇볕이 없는 건 정말 아쉬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착 가라앉은 느낌의 관방제림도 썩 좋았다.
돌계단을 건너 중간에서도 찍고 간혹 비가 잠깐 그칠 때는 햇볕이 간간히 나오기도 했다.
사진을 찍고 보니 가을톤에 맞게 노란 우산을 가져온 게 신의 한 수였다며 스스로를 칭찬했다. ㅋㅋㅋㅋ
비가 오니 멍 때리고 앉아서 풍경을 구경하는 일은 하지 못하고 한참을 서성이다 발을 돌려 메타세쿼이아 길로 향했다.
메타세쿼이아 길 주차장을 찍고 내려보니 예쁜 건물들이 많았는데 알고보니 바로 옆이 메타프로방스였다.
원래는 이곳도 들리려고 했지만 한 달 넘게 백신 부작용으로 시달리고 있는 내 몸은 체력이 받쳐주질 못했다..ㅠㅠ
메타세쿼이아 초입에 들어서서 사진을 찍고 안으로 조금 들어가면 입장료를 내야 한다. 입장료는 성인 2000원.
비가 오긴 했지만 한참 단풍 구경 시즌이라 사람이 너무 많으면 어쩌지 하고 걱정했는데 기우였다.
앞으로도 위로도 시원하게 쭉쭉 뻗은 메타세쿼이아 길은 한적했고 빗소리에 더욱더 조용하고 차분했다.
무려 487그루의 나무들이 2km가량 뻗어있는 산책하기 아주 좋은 길이었다.
우리가 방문한 당시에는 (11월 10일) 아직 단풍이 조금 덜 여물어서 초록잎들도 곳곳에 보였다.
비만 안 왔더라면 1시간 정도 충분히 산책하고 앉아서 쉬엄쉬엄 구경했을 텐데, 조금 걸어 들어가서 사진 좀 찍고 나왔다.
메타세쿼이아 길은 가을뿐만 아니라 청량한 여름의 푸르름을 간직한 모습을 보러 또 한 번 꼭 와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