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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여행/호주

호주 여행기의 끝, 다시 시드니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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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날씨를 봤다. 바람이 불고 쌀쌀했지만 맑은 날씨였다. 방긋 웃고 있는 태양이 그저 야속하기만 했다. 좋은 날씨의 캔버라를 뒤로하고 시드니로 향하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그렇다, 이제 여행의 끝을 알리는 마지막 종착지로. 도시 관광 따윈 할 필요가 없었다. 6개월을 지냈던 곳이기 때문에. 늘 걸었던 거리를 걷고, 늘 봐오던 상점들을 보고, 익숙한 골목들을 지나다녔다. 마지막 발자국을 남겨놓기라도 하듯이. 놀기 좋아하는 친구 덕분에 2박 3일을 원 없이 재미있게 놀았다. 시드니의 낮 시간을 즐기고 밤을 지새웠다. 

마지막 날은 보란 듯이 폭우가 쏟아졌다. 아침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는 멈출 줄을 몰랐다. 마지막 날 밤은 오페라 하우스가 보이는 돌 벤치에 앉아 맥주를 마시려 했는데. 처음 이곳에 왔던 날처럼... 주룩주룩 내리를 비를 맞으며 맥주를 마실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결국 숙소에 앉아 하염없이 내리는 비를 원망하는 수밖에. 이전의 도시에서의 비는 낭만적이었지만 오늘 내리는 비는 그렇게 미울 수가 없었다. 오페라 하우스 앞에서의 맥주가 생각나면 다시 오라는 의미로 내리는 비라고 생각할게. 

42일간의 여행, 42일간의 기록. 

2015년 9월 19일 처음으로 밟은 호주 땅을 나는 정확히 1년 후인 2016년 9월 19일 호주 땅을 떠나 한국으로 향하는 비행기를 탔다. 이 땅을 다시 밟게 될지 말지 확신할 수는 없지만 다시 올 수 있게 되기를. 첫 글에서 안녕?으로 시작한 호주야, 이제는 안녕! 호주야.


호주에게 인사하고 글을 멋지게 마무리하려 했지만 반드시 기록으로 남겨야 할 것 같은 멍청이 같은 귀국 스토리가 발생했다. 11시 비행기를 타러 무척이나 여유롭게 공항으로 출발해서 짐을 맡기고 카페에서 아침도 먹는 여유를 부렸다. 직원이 탑승권에 시간을 9시 45분이라고 써주셨는데 내 뇌는 저 시간을 10시 45분으로 입력하고는 ‘와, 왜 이렇게 늦게 타지’ 하며 아무 생각도 없이 (명품은 1도 모르고 관심도 없지만) 면세점을 휘젓고 다녔다.

그러다 문득 여행 내내 빠진 나사 하나가 돌아왔는지 급히 게이트로 뛰어가서 탑승은 했다. 비행기를 타고 내내 졸다가 깼다가 한참을 걸려 무려 1시간 반이나 늦은 저녁 7시에 쿠알라룸푸르에 도착을 했고 나는 환승게이트에서 미리 예약해놓은 캡슐호텔을 찾아 한참을 헤맸다. 분명히 환승하는 사람들을 위한 호텔이라 공항 안에 있다고 했는데 장장 1시간을 헤맸다. 결국 직원들의 도움으로 환승장이 아니라 이미그레이션에서 도장까지 찍고 나와서 공항 1층에서 찾을 수 있었다. 짜증과 피로가 머리끝까지 솟구쳤지만 씻고 밥을 먹고 누우니 잠이 솔솔 왔다.

내일 아침 8시에 출발하는 비행기를 위해 알람을 맞춰놓고 잠이 들었다. 알람은 7시 반이었다. 나사가 다시 빠졌다. 어쩐지 밤새 한 시간 간격으로 계속 깨고 느낌이 싸하다 했다. 6시 45분에 눈을 떠선 핸드폰을 보곤 왜 알람이 안 울리지... 생각하다가 화들짝 놀라 짐을 들고 5분 만에 체크아웃을 하고 게이트로 100미터 달리기를 했다. 그렇다. 나는 보딩 시작 시간 30분 전에 눈을 뜬 것이었다. 출국장인 3층까지 달리고 달려 출국 심사에, 짐 검사에, 면세점을 지나 10분을 남겨놓고 게이트로 들어가는 검사장에 도착했다. 줄 서있는 수많은 사람들을 보고 경악을 했다. 발을 동동 굴리며 빨리 검사가 끝나기만을 기다렸다. 정확히 20분에 나는 게이트로 들어올 수 있었고 무사히 비행기를 탈 수 있었다. 살면서 이렇게 똥줄 타는 환승기는 처음이었다. 앞으로 피곤한 여행은 하지 말아야겠다 생각했다. 좌석에 앉아 창밖을 보니 폭우가 쏟아지고 있었다. 어제 날씨는 분명 무척 맑았는데. 아무래도 이쯤 되면 역시 난 비를 몰고 다니나 보다. 결국 끝까지 조용할 날 없던 호주 여행.


  • 캔버라 -> 시드니 그레이하운드 버스 $31.62
  • 쿠알라룸푸르 캡슐호텔 $35.01

 

<본 호주 여행기는 2016년의 정보들임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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