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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여행/호주

[호주 여행] 멜버른의 야경, 비 오는 날의 불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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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밖에는 비가 추적추적 내린다. 끝끝내 이곳의 태양은 보고 가지 못하는 건가. 색색의 창고가 늘어서 있는 브라이튼 비치를 가볼까 했지만 날씨가 이래서 좋은 모습은 없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라운지가 카페 같은 분위기였기에 굳이 다른 곳을 찾지 않고 숙소에 앉아 비 오는 바깥을 감상했다.

어느새 조금씩 어둠이 내려앉기 시작할 때 밖으로 나섰다. 비가 와도 야라강의 야경과 크라운 호텔 앞에서 매시 정각에 펼쳐진다는 불 쇼를 보기 위해서였다. 살짝살짝 뺨을 스치는 빗방울을 헤치고 다리를 건너 야라강의 산책로를 걸었다. 흙탕물 같은 색을 가진 야라강은 아름다운 강이라기엔 거리가 멀지만 밤이 되면 아주 훌륭한 야경의 보조자가 된다. 

잔잔한 수면 위에 비친 빌딩들의 불빛은 완벽한 대조를 이루며 멋진 야경을 뽐내고 있었다. 퇴근시간이 되면 야근이 뭔가요 하면서 칼같이 퇴근하는 호주는 일부러 야경을 위해 빌딩의 불을 켜 논다고 들었다. 야근과 철야로 어쩔 수 없이 만들어지는 한국의 야경과는 의미가 대조적이다. 

무슨 사진인가 싶겠지만 오른쪽이 불이 나오고 있는 기둥입니다 ㅋㅋ

크라운 호텔부터 플린더스 역까지 길을 따라 쭉 걸어, 플린더스의 야경도 보고 다시 크라운 호텔 쪽으로 되돌아갔다. 시간은 8시를 향해 갔고 일렬로 세워져 있는 불기둥에서는 가스 소리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불 뿜을 준비를 하려나보다. 핸드폰을 들고 있는 손이 꽁꽁 얼어버릴 만큼 바람은 차가웠지만 기둥에서 불이 뿜어져 나올 때면 주변이 환해지고 따뜻해졌다. 너무나 찰나의 순간이라 아쉬웠지만. 어설프게 뿜어대던 불 쇼는 5분 만에 끝이 났다. 따뜻했지만 허무했다. 한순간 사라져 가는 이룰 수 없는 꿈처럼.

<본 호주 여행기는 2016년의 정보들임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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