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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여행/호주

[멜버른 여행] 미사 거리 호시어 레인. 골목 골목을 누비는 즐거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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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랜만에 달콤한 늦잠에 빠져 있다가 다른 사람들이 움직이는 소리에 잠에서 깼다. 그러고도 한참을 이불에 파묻혀 있었지만. 주룩주룩, 밖에는 비가 내리고 있었다. 아, 오늘 하루는 빗소리를 감상하는 날인가. 비가 오면 밖으로 나가지 않고 창가에서 마냥 구경하길 좋아하지만, 오늘은 비 오는 멜버른의 거리를 걸어보기로 했다. 멜버른이 자랑하는 골목골목으로. 

밖으로 나오니 비가 오락가락하고 있었다. 혹시 몰라 가방에 우산을 챙겼지만 부슬부슬 오기에 현지인들처럼 그냥 맞기로 했다. 도시를 누비는 작은 무료 트램을 타고 플린더스 역으로 향했다. 역시 자자한 명성만큼이나 아름답지만 역시 어제 본 것처럼 바닥은 여전히 지저분했다. 예전에 인터넷을 하다가 발견한 멜버른 골목 지도를 핸드폰에 옮겨두고 발을 옮겼다. 

네모네모 하게 만들어진 멜버른은 슬슬 걸어 다니기에 충분한 규모였다. 물론 방향치인 나는 수많은 골목들 사이를 계속해서 헤매고 다녔지만, 본 곳을 또 봐도 매력이 흘러넘치는 곳이다. 수많은 골목들은 저마다의 개성을 가지고 있었고 수많은 음식점들, 예쁜 카페들, 독특한 상점들까지 구경하느라 시간 가는 줄을 몰랐다. 

블록 아케이드에서 그 유명한 케이크를 파는 티룸도 보았고 어느 작은 건물 안에서 매력적인 패션 소품들을 파는 상점도 발견했다. 통장에 돈이 가득했다면 나는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쇼핑을 해댔을 거다. 예쁜 마카롱을 잔뜩 전시해놓은 곳, 그라피티로 가득한 골목까지. 

만약 내가 멜버른에 살았다면 하루하루가 늘 보물찾기 하는 기분일 거란 생각이 들었다. 매일 숨겨진 맛집을 찾아다니고 디저트가 맛있는 카페를 찾고 어디서나 볼 수 없는 액세서리를 파는 빈티지 숍들까지. 어제 그다지 기대가 안 될 거라는 말은 취소해야겠다. 아름답지만 지저분했던 멜버른의 첫 모습은 매력 넘치는 골목들로 인해 인상이 바뀌었다.  

한참을 이곳저곳 누비다 마지막으로 도착한 곳은 한국에서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로 많이 알려진 일명 미사거리, 호시어레인 Hosier Lane이었다. 골목 입구로 들어서려는 순간 맞은편에서 수십 명의 중국인 관광객들이 가이드의 설명을 들으며 골목으로 진입하고 있었다. 수없이 알록달록한 패딩과 옷들을 입은 그들은 골목을 꽉 채우고 사진을 찍고 있었다. 어쩔 수 없이 나는 한참을 골목 입구에서 그들이 사라지기까지 기다렸다. 

관광객들이 조금씩 사라지고, 이곳에 오면 반드시 해보리라 생각했던 임수정 따라 하기를 시전 했다. 골목 한쪽에 자리를 잡고 내 여행의 동반자 고릴라 삼각대로 구도를 잡고 열심히 포즈를 취했다. 수십 장을 찍어서야 겨우 한 장을 건졌지만 내 옆에 소지섭은 없었다. 물론 내가 임수정이 아니기 때문이겠지. 젠장. 오후 내내 햇볕이 쨍쨍한 골목의 모습은 볼 수 없었지만 비 오는 골목도 운치가 있다. 일기예보를 보니 내가 이곳을 떠날 때까지 구름과 비가 한가득이다. 아마도 내 기억 속의 멜버른은 늘 흐린 날이 되겠지.  

오늘의 맥주는 VB 빅토리아 비터. 그 유명한 브리즈번의 포엑스 골드와 양대산맥을 이루는 맥주다. 우리나라로 치면 카스와 하이트쯤 되려나..

 

<본 호주 여행기는 2016년의 정보들임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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