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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여행/호주

매력적이고 사랑스러운 호주의 도시, 애들레이드에서의 단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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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리가 아플 때까지 혹은 더 이상 잠이 오지 않을 때까지 늦잠을 자고 싶었지만 체크아웃을 위해 일어나야만 했다. 투어에 일주일을 할애한 덕분에 애들레이드는 오늘 단 하루뿐이었다. 캥거루 아일랜드를 가보고 싶었지만 더 이상 일정에 추가할 수가 없었다. 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 표는 이미 그 날짜가 정해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호주의 꼭대기에 있는 끔찍하게 더웠던 다윈과 정반대로 아래에 있는 애들레이드는 무척이나 추웠다. 쌀쌀한 겨울 냄새가 났다. 호주를 위에서 아래로 반을 접으면 다윈과 애들레이드가 비슷하게 만나지 않을까 싶다. 하늘은 흐렸지만 다행히 비는 쏟아지지 않았다. 한낮에도 어둑했지만 어쩐지 이곳과 잘 어울려 보인다.

가이드북의 지도 하나만 달랑 찢어서 들고 나와 걸었다. 오늘은 운이 좋았다. 마켓이 열리고 있었다. 토요일에만 열리는 마켓은 아니지만 그래도 내가 머무는 오늘 하루에 열리고 있다는 사실이 반가웠다. 시장 같은 느낌의 마켓은 시끌벅적했고 활기가 넘쳤다. 상인들과 사람들은 저마다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노력 중이었다. 우연히 푸드 코너에 한국음식 이름이 잔뜩 쓰인 상점을 만났다. 아, 아침 먹지 말고 나올걸. 저녁으로 먹고 싶었으나 이곳은 그때까지 날 기다려주지 않았다.  

마켓을 나와 빅토리아 광장으로 향했다. 광장은 무척이나 넓고 한산했다. 작은 분수가 초라하게 물줄기를 뿜어대고 있었다. 맞은편 시계탑에서는 시간을 알리는 종소리가 뎅뎅 울린다. 멋진 건물이었다. 쓸쓸해 보이는 이 광장과 시계탑 뒤로는 현대식 빌딩이 잔뜩 늘어서 있다. 이질적인 모습이다. 우리나라로 치면 한옥과 현대식 건물의 조화겠지. 빅토리아풍 건물도 멋지긴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한옥에 비할 바는 아닌 것 같다. 뜬금없이 한옥 만세! 

귀에 이어폰을 꼽고 천천히, 아주 천천히 런들 몰을 향해 발을 옮겼다. 햇볕이 짱짱하지 않은 날씨여서 더한 걸까, 구름으로 가득한 흐린 하늘에 비친 이곳의 거리와 음악은 문득 나를 뮤직비디오의 주인공으로 만들어주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피곤했지만 기분이 너무나 좋았다.  

런들 몰까지 가는 길은 한산했지만 런들 몰의 거리는 아까의 마켓만큼이나 사람들로 북적댔다. 거리의 카페에서 따뜻한 핫초코 한잔을 들고(이 또한 맛이 없었다. 이제 더 이상 호주에서 핫초코를 사 먹지 않으리라.) 상점가를 누볐다. 여느 호주 도시의 번화가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나 다른 것이 있다면 유명하다고 어디선가 본 돼지 동상들. 쓰레기통을 뒤지는 돼지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길거리의 사람들, 비슷비슷한 상점들, 백화점, 체인점들, 거리의 악사. 지루함이 느껴져서 번화가를 벗어나 도서관으로 가는 길을 걸었다. 다시 한산해졌다. 도서관으로 가는 돌담길은 덕수궁 돌담길이 떠오른다. 하지만 어쩐지 가는 동안 캐럴이 자꾸만 생각난다. 크리스마스도 아닌데. 딱 어울렸다. 이 거리가 좋았다.

 

호주에서 도서관은 여행자에게 아주 좋은 쉼터를 제공해주는 곳이다. 전기도 있고 물고 있고 화장실도 있고 심지어 때때로는 와이파이도 쓸 수 있다. 살금살금 소리를 죽이고 들어가 아늑한 곳에 자리를 잡았다. 고요함이 좋았고 평온함이 좋았다. 잠이 스르르 밀려온다. 나는 오늘 밤 이 사랑스러운 곳을 떠나야만 한다. 이런 도시인 줄 진작 알았더라면 일정을 더 추가했을 텐데. 다시는 고정된 일정을 만들어놓고 떠나지 않으리라, 다시 한번 또 다짐한다. 


<본 호주 여행기는 2016년의 정보들임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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