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체크아웃을 하러 방을 나서니 타쿠로가 차에 짐을 싣고 있었다.
“헤이, 굿모닝. 어디 가는 거야?”
“응. 일 구하러 돌아다녀보려고.”
“아 맞다, 일자리 구한다 그랬지. 나는 이따 버스 타고 떠나.”
우리는 간단한 아침인사를 나누곤 서로의 여정에 행운을 빌어주었다.

체크아웃을 하고 출발하는 버스 시간까지는 6시간이나 기다려야 했다. 숙소에 짐을 놔두곤 근처를 배회하기 시작했다. 작은 마을이지만 호주의 작은 마을이라는 건 한국과는 영 다른 느낌이다. 워낙 땅이 넓어서일까, 건물 사이도 널찍하고 늘 공원과 잔디는 기본으로 깔려 있으니 말이다. 숙소 뒤쪽 맞은편을 보니 엑스마우스 홀이라는 곳이 눈에 들어왔다. 뭐하는 곳일까 가서 슬쩍 보니 웨딩홀 같아 보이긴 했지만 어르신들만 들락거리는 걸 보니 약간 동네 마을회관 같은 느낌이 났다. 옆쪽으로 시선을 돌리니 라이브러리라고 써진 입구가 보였다. 도서관이라니! 문 앞으로 갔더니 당당하게 클로즈라고 쓰여 있었다. 문에 붙어있는 영업시간표를 보니 하필이면 금요일만 문을 닫는 날이었다.
오늘도 가는 날이 장날이 되어버렸군, 생각하며 또 옆을 보니 작은 커뮤니티 센터들이 몇 개 있었다. 한 5분 정도 걸어가면 마트와 몇 개의 상점들이 있는 쇼핑센터라고 부르기 무색할 만큼 작은 단지가 있었다. 이 외에 주변엔 더 이상 걸어갈 만한 곳이 없어서 다시 숙소로 돌아왔다. 주방은 다행히도 열쇠가 필요 없기에 점심을 해결하고 라운지에 앉아 사진을 정리하며 시간을 보냈다.
버스 시간에 늦지 않게 일찍 출발해서 버스가 도착하는 관광 안내소에 도착했다. 혹시나 예쁜 기념품이나 마그넷이 있을까 살펴봤지만 영 맘에 드는 게 없었다. 기념이라도 남길 겸 아무거나 하나 살까 했지만 내키지 않아서 이내 생각을 접었다. 벤치에 잠시 앉아있으니 나를 브룸으로 데려다 줄 버스가 곧 도착했다. 캐리어를 싣고 버스에 올랐다. 흠칫. 아니, 이게 무슨 냄새지.. 버스 안에서 엄청 꾸리꾸리 한 냄새와 동시에 바닥에 온갖 과자 부스러기 같은 것들이 흩어져 있었다.
분명 저번에 퍼스에서 타고 온 버스는 조용하고 깨끗했는데. 뒷자리로 가는 길에 앉아있는 사람들을 대충 훑어보니 아이를 동승한 일행들이 몇몇 보였다. 아, 오늘 밤도 버스에서 보내야 하는데 조용히 잘 수 있을까 생각하며 자리에 앉았다. 이내 버스는 달리기 시작했고 역시나 아이들은 칭얼대기 시작했다. 곧이어 버스에서 늘 틀어주는 영화가 시작되었고 픽사의 애니메이션 ‘카’가 흘러나왔다. 아이들 눈높이에 맞춘 영화 선택인 건가. 버스는 곧 조용해지고 내 마음은 평화로워졌다.

창밖에는 늘 같은 듯 다른 풍경들이 끝도 없이 펼쳐져 있었고 언제나 그랬듯 나는 혼자만의 생각에 빠졌다. 이번에 가는 길에는 개미집과 더불어 황량한 사막도 초원도 아닌 이곳을 유유히 거니는 양들을 봤다. 누가 키우는 건지, 설마 야생은 아니겠지 하며 무척 신기해했다.
오늘 저녁은 로드하우스에서 해결해야 했는데 여긴 도대체가 먹을 게 없다. 맛도 없고 메뉴 선택의 폭도 적고 게다가 무시무시하게 비싸기까지. 작은 샌드위치 2개가 들어있는 팩과 오렌지 주스 하나를 샀더니 우리 돈으로 만 원가량이다. 이거면 편의점 김밥 말고 분식점에서 파는 따끈따끈한 김밥을 적어도 5줄은 배 터지게 먹었을 텐데. 배는 고프고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해가 떨어지고 가로등이 있을 리 만무한 이 황량한 대륙을 버스는 또 열심히 달렸다. 18시간짜리 버스 한번 타봤다고 이번에는 저번보다 더 편하게 잤던 것 같다. 신기하게도 밤에 우는 아이들 하나도 없이(물론 자느라 못 들었을지도 모르겠지만).
- 엑스마우스 -> 브룸 버스비는 저번 퍼스에서 출발한 인테그리티 버스 여정에 다 포함된 금액이다. ($395)
<본 호주 여행기는 2016년의 정보들임을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