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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여행/호주

케언즈 상공에서 하늘을 날다, 호주 스카이다이빙 in 케언즈 시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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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워서 생전 번지점프도 못해본 내가 여기서 스카이다이빙에 도전이라니. 미션 비치에서 하고 싶었지만 시간상 시티로 예약했다. 픽업차를 타고 한 시간 넘게 달려 드넓은 들판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강사와 만났다. 장비 착용 후 자세에 대한 주의사항을 듣고 바로 경비행기에 탑승했다. 앞에는 4명의 개인 다이버들이 앉아있었고 안쪽으로 나를 비롯한 다른 손님들이 있었다. 점점 고도가 높아지더니 순식간에 건물들이 장난감처럼 작아지고 구름에 가려질 만큼 올라갔다.

14,000피트 지점에 도달하니 개인 다이버들이 뛰어내리고 내 뒤의 강사는 그 흔한 카운트도 없이 나를 끌고 정말 순식간에(!) 뛰어내렸다. 마음의 준비라던가 나의 자유의지 따윈 없이 강사에게 매달려 나는 순간 기절할 뻔했다. 아무 의지할 데 없이 허공에 뜬 그 느낌은 신기하다 멋지다가 아닌 너무 무서워! 였다. ㅋㅋㅋㅋ 바람에 표정관리도 안되고 눈도 못 뜨겠고 그저 바람에 몸을 맡기는 것 자체가 너무 무서워서 비명만 악악 질러댔더랬다... 내가 30만 원도 넘는 돈을 내고 대체 이 짓을 왜 하고 있는 건지 이게 뭔지 하다가 작은 낙하산이 펴지며 그제야 정신이 좀 들었다. 자유낙하는 정말이지 지금 생각해봐도 두 번 다시는 못할 것 같다. 작은 낙하산을 펴면서 내려올 때 주변 풍경이 눈에 들어오고 한층 안심이 되었다. 안전하게 착지하고 누군가에게 흠씬 두드려 맞은 듯한 몰골로 비디오에 인사를 하고 사무실로 돌아왔다.

아아 저기서 눈을 좀 떴어야 하는데.

숙소에 와서 영상을 보니 "ㅋㅋㅋㅋㅋㅋㅋㅋ"를 도대체 몇 번을 써야 할지. 장담하건대 앞으로 평생 살면서 진심으로 우울할 때마다 재생시켜볼 것 같다. 슬픔도 싹 가실 만큼 적나라한 영상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마음이 진정되고 다시 생각해보니 무서워서 어떤 느낌이었는지 좀 더 생생하게 느끼지 못한 게 아쉽긴 했다. 자유낙하 때는 거의 눈도 제대로 뜨지 못했으니 말이다. 아까는 두 번 다시 못할 것 같다고 했는데 땅에 내려오니까 꼭 다시 한번 해보고 싶은 이상한 심리다. 인생에서 가장 아찔한 시간임과 동시에 최대의 굴욕사진을 남겼던 오늘. 괜찮아, 그래도 영광스럽다. 대견하다.

이른 저녁을 챙겨 먹고 나이트 마켓에 갔다. 도시마다 색다른 야시장 구경은 퍽 의미 있는 일이다. 케언즈 마켓은 스르륵 둘러봐도 10분이면 충분할 정도로 작았다. 기념품들도 팔고 저렴하고 푸짐해 보이는 푸드코트도 있었다. 하지만 가장 큰 목적이었던 크레페를 무려 2개나 사 먹었다. 밥 한 끼에 3불도 아까워하면서 간식에 그 몇 배를 쓰다니. 그만큼 맛있었으니 어쨌든 대만족! 돌아다니다가 눈에 띈 마그네틱 하나, 누군가가 생각이 나서 하나를 집어 들었다.

어느새 어둠이 드리우고 야경을 위한 불빛들이 하나, 둘 켜지고 있었다. 라군이 있는 바다 쪽 벤치에 앉아 펠리컨들을 구경하고, 오래간만에 노을 지는 바다를 구경하고 있자니 여기가 딱, 제주도 탑동 방파제 느낌이구나 하는 생각이 어찌나 들던지. 같이 방파제에서 막걸리 하나씩 끼고 수다 떨던 그때가 생각났다. 물론 함께했던 사람들도. 여기 같이 있었다면 너도 참 좋아했을 것 같다. 한참을 멍하니 바라보다 이내 제 모습을 드러낸 라군의 진짜 밤 모습을 보고 넋이 나갈 뻔했다. 바다를 뒷배경으로 두고 어우러진 불빛이 너무나 예뻐서, 연신 셔터를 눌러대곤 한참을 앉아서 보다가 돌아왔다.

 

시드니가 호주의 상징적인 수도라면 케언즈는 명실상부 휴양의 상징적인 도시가 아닐까 감히 말해본다. 모험과 환상의 도시라는 타이틀처럼 케언즈에서의 3일은 정말 꿈처럼 지나갔다. 다음 도시까지 여정이 비행기만 아니었어도 다 취소하고 여기서 하루라도 더 머물렀을 텐데, 아쉬움을 감출 길이 없다. 아쉬운 이별이지만 꼭 다시 올 날을 기약하며 잠에 들었다.


  • 스카이다이빙 $414
  • 에얼리 비치와 케언즈에서 액티비티에 지출한 금액만 무려 $855.
  • 투어+숙박+식비+기타 총 경비 약 $1,400.
  • 케언즈 스카이다이빙 저렴하게 예약하기 -> https://me2.kr/q4z2d

 

<본 호주 여행기는 2016년의 정보들임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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