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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여행/제주

만장굴의 어둠, 김녕 미로공원 갈림길에서의 헤멤, 제주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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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를 떠나야 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애써 모른척하며, 하루하루 한 곳이라도 더 가보려는 이 발걸음을 멈출 수가 없었다. 오늘은 조금 더 동쪽으로 동굴 탐험에 나섰다. 무척이나 오랜 시간도 더 전에 생성된 만장굴은 제주말로 '아주 깊다'는 의미의 만쟁이거머리굴 이라고 불린다고 한다. 한여름인데도 동굴 안은 으슬으슬하니 서늘했다. 동굴 탐험을 하다 보면 꼭 어렸을 때 재밌게 봤던 영화, 인디아나 존스가 생각나곤 한다. 진짜 옛날 영화인데도 지금 다시 봐도 재밌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려니 이래저래 조금 불편하긴 했지만, 동굴을 나와 향한 곳은 우리나라 최초의 미로공원이라는 김녕 미로공원이었다. 슬슬 흐려지고 있는 날씨를 걱정하며 도착하니 세상 귀여운 고양이들이 먼저 반겨준다. 알고 보니 고양이 공원으로도 알려진 곳이었다. (당시엔 무척이나 신기했었는데 지금은 어느덧 4년 차 두 고양이의 집사다^^)


미로를 혼자 가서 도는 사람이 있을까 싶긴 한데 꿋꿋하게 들어가서 여기저기 헤매고 다녔다. 마침 타이밍 좋게도 빗방울이 톡톡 떨어지기까지 해 줬다. 메이즈 러너도 아니고 분위기가 참… 음산했다. 심지어 관광객도 별로 없었고. 어찌어찌 출구를 찾아 나와서 벤치에 앉아 노곤해진 몸에 휴식을 주는데 이런저런 잡생각이 떠오른다.

어디로 가야 할지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두운 곳에서 아무리 헤맬지언정, 언젠가는 밝은 곳이 다시 나오듯이. 당장의 앞길밖에는 보이지 않는 미로의 갈림길에서 헤맬지언정, 결국 출구는 찾게 되어있으니. 나도 인생에서 조금 헤매면 어떻고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깜깜한 미래에서 헤매면 또 어떤가. 결국 밝은 곳은 나오게 되어 있고 결국엔 출구로 가는 해답을 찾을 수 있을 텐데. 어둠과 미로 속에서 조금 헤매면 또 어때. 풀썩 앉아서 조금 쉬었다 가지 뭐. 빠르다고 좋은 것도 아니고 느리다고 나쁜 것도 아니니까. 지금 내 인생이 어둡다고 갈길을 찾지 못하고 헤매고 있더라도 잠시 쉬었다가 천천히 다시 길을 찾아보면 그만인걸.

 

 

본 제주도 여행기는 약 6년 전쯤 어느 한여름날의 제주도 생활기를 다룬 포스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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